‘신분증 스캐너’ 준비 미흡한 현장…입지 흔들리는 알뜰폰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의 15.7%를 차지하는 국내 알뜰폰사업자(MVNO)들이 다음 주부터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합니다. 알뜰폰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가운데 알뜰폰 사업자를 둘러싼 조건은 불리해지고 있습니다.
오늘(29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오프라인 알뜰폰 유통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개통 시 신분증 스캐너를 통해 본인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기존에는 신분증 사본 등 파일 형식으로 개통이 가능했습니다.
알뜰폰 가입자의 신분증 원본을 스캔하고 전산에 등록해 알뜰폰 개통절차 시 본인확인을 강화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경찰청의 최근 3년간 통신사별 대포폰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알뜰폰 사업자의 대포폰 적발 건수는 2만2천923건으로 전체 적발건수 3만577건의 75%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에는 알뜰폰 명의도용으로 피해액이 100억원이 넘는 금융 자산 탈취 범죄가 발생하면서 알뜰폰이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분증 스캐너 도입으로 알뜰폰 사업자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대포폰 등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씃ㅂ니다.
동시에 판매점으로 정식 등록되는 절차인 사전승낙제를 받은 유통점만 알뜰폰 요금제를 판매할 수 있도록 바뀝니다. 사전승낙제도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대리점이 이동통신사업자의 사전승낙을 받아 판매점을 선임하는 제도입니다.
유통망의 ‘알뜰폰 사업자’ 등록 절반 이하…신분증 스캐너 도입 미완
정부의 강도 높은 추진에 알뜰폰 사업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각 오프라인 유통점에서 알뜰폰 사업자를 전산시스템에 등록해야 개통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절반이 채 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오프라인 유통점에서 요금제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각 유통점이 ‘판매포털’ 내 알뜰폰 사업자를 등록해야 영업할 수 있습니다. 신분증 스캐너를 통해 얻은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전산처리하는 과정에서 판매점과 사전협의된 사업자만 요금제를 판매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유통점이 미등록된 알뜰폰 사업자의 제품을 팔 경우 이제는 행정처분 대상이 됩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3개월 남짓한 시간을 줬는데 오프라인 현장에서 준비하기까지 미흡한 점이 많다”며 “판매점들이 등록을 조속히 마칠 수 있게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알뜰폰 가입자 중 외국인들 역시 알뜰폰에 가입하기 번거로워질 전망입니다. 알뜰폰 선불 요금제 가입자 중 90%는 외국인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이동통신 3사는 자사에서 신규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외국인만 대상으로 가입자를 받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알뜰폰을 선택하는 상황입니다.
알뜰폰으로 외국인 수요가 쏠린 가운데 오프라인 판매점에서는 외국인들의 여권 혹은 외국인 등록증을 제출해야 가입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5월 기준 15세 이상 국내 상주 외국인은 143만명으로 알뜰폰 가수요 역시 늘어날 전망입니다.
현장에 미처 보급되지 못한 스캐너 기기 역시 오프라인 개통의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습니다. 늘어나는 외국인과 그 수요에 맞게 오프라인 판매점이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미흡해 알뜰폰 사업자의 매출에 타격이 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금융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신분증 스캐너의 도입을 예고했다”며 “현장에 안착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급을 주최하는 한국정보신진흥협회(KAIT) 관계자는 “현재 매일 알뜰폰사업자들과 승인등록을 확인하고 있으며, 알뜰폰 사업자가 판매점에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알뜰폰의 서비스·품질을 높이는 등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전환지원금’ 도입으로 인한 이동통신 3사의 경쟁 활성화, 도매대가(이통 3사로부터 받는 망 사용료 원가) 동결, 전파사용료 면제 임박 등 환경이 변화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를 둘러싼 대외적 환경이 악화되면서 알뜰폰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