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단통법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의 15.7%를 차지하는 국내 알뜰폰사업자(MVNO)들이 다음 주부터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합니다. 알뜰폰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가운데 알뜰폰 사업자를 둘러싼 조건은 불리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법안 폐지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새로 구성될 차기 국회에서 논의가 끝날 때까지 단통법은 유명무실한 ‘유령 법안’으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정부가 법안 폐지를 공식 선언한 마당에 시장 단속과 규제를 강화할 경우 자칫 법안 폐지 명분조차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 공식 선언…”지원금 경쟁 활성화”

29일 국회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안은 21대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 한 채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21대 국회는 이날 회기가 종료된다.

당초 단통법 폐지 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11월에 발의해 계류돼 있던 상황. 올해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민생 살리기’ 방안 중 대표과제로 강하게 드라이버를 걸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올 1월 개최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별도로 브리핑도 진행하면서 법안 폐지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더해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를 맡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단통법의 순기능으로 여겨지는 선택약정(지원금에 상응하는 25%요금할인)이 법안 폐지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해당 내용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법안을 추가로 발의되기도 했다. 선택약정 할인율은 지원금을 근거로 산정되는데, 지원금 공시제도가 폐지되면 기반이 없어지기 때문에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법 폐지 추진으로…애매해진 불법 지원금 단속

법안 폐지 정책 공식 발표 후 시장에서는 단통법이 실효성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불법 지원금 단속 등 시장 규제를 사실상 풀어주고 있어서다. 지원금 확대로 국민 편익이 높아지게 하겠다는 기조인 만큼 정부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장 휴대폰 매장이 몰려있는 집단상가만 방문해도 공시지원금과 유통점이 줄 수 있는 추가지원금 이외의 지원금을 버젓이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SNS 등으로 지원금 상황을 게릴라성으로 공유하고 특정 기간에만 지급했다 빠지는 ‘떳다방’식 상황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부는 현저한 이용자 차별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단호하게 조치한다는 입장이나, 명확한 기준이 없는 데다 과거처럼 대란 상황까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불법지원금에 대한 엄정 조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당분간 단통법은 사실상 법규는 존재하되 실효성은 없는 법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동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방통위의 시장 조사도 이동통신 시장보다 플랫폼 시장에 더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규제를 담당하는 유관 협회도 이동통신 시장 조사 조직을 축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생활규제 개혁) 사후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1.22. kmx1105@newsis.com